아주경제 전운 기자 = 밴(VAN)사와 대형 가맹점을 둘러싼 리베이트는 국내 결제시장에서 수십년동안 암묵적으로 행해져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밴사들이 신용카드사로부터 수익으로 거둬들이는 밴수수료의 10~20%에 지나지 않던 리베이트 금액은 점점 불어나 현재는 70~80%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16개 밴사가 성업을 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리베이트 수수가 법으로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으로 자리잡은 리베이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가맹점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한 수법을 찾기에 혈안이 됐을 정도다.
연간 25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밴 리베이트가 하루 아침에 뿌리 뽑히기는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대대적인 조사와 처벌·제도적 개선이 이어져야 국내 결제시장의 질서가 바로 잡히고, 그 혜택이 영세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베이트 수법도 갈수록 다양
지난 7월 시행된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은 밴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금은 물론 현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리베이트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법으로 금지되면서 다양한 수법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어떤 회사는 법망을 피해 리베이트를 주고받기 위해 법무법인에 문의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밴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는 기본적으로 현금으로 이뤄진다. 밴사와 가맹점은 ‘정보이용료’라고 불리는 조항을 두고 계약 기간 및 평균 결제 건수를 산정해 초기에 일시불로 돈을 지급한다. 월별로 발생한 결제 건수를 정산해 매월 지급하는 방식도 있다. 평균적으로 알려진 리베이트 금액은 결제 1건당 50원~100원이다. 월 2000만건의 결제가 일어나는 대형 가맹점이 밴사와 3년간 계약한 후 결제 1건당 80원의 리베이트를 받게 되면 3년간 600억원에 육박하는 리베이트를 받는 셈이다.
현물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가맹점의 결제 관련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경우 밴사가 이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또 관련 전산장비 및 카드 단말기를 무상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가맹점의 계약 기간 및 평균 결제 건수를 산정한 금액과 비슷한 현물이 제공되는 셈이다.
◆고위 간부는 상품권·현금 등 뇌물성 금품 수수도
리베이트 방식 중에는 밴사가 대형 가맹점 본사의 관련 고위 임원을 상대로 향응을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제대행사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관련 권한을 가진 임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리베이트는 회사에 제공하는 금액을 줄이고, 나머지 금액을 해당 임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가령 밴사가 A사에 결제 1건당 80원의 리베이트를 주기로 했을 경우 A사에는 60원에 해당하는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나머지 20원은 관련 임원에게 주는 식이다. 현금이나 상품권 등이 주요 전달 방식이다. 밴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나 있진 않지만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본사의 주요 임원을 공략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돈이 오갈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서울 서부지검은 밴 리베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업체 선정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맥도날드 본사와 유명 편의점 업체 간부 3명을 구속했다. 당시 맥도날드의 모 간부는 2006년 7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가맹점 결제대행사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사업자로부터 13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편의점 업체 씨유(CU) 본사 모 간부도 지난 2006년 12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같은 밴 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고 8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또 편의점 바이더웨이 모 간부는 같은 청탁과 함께 2년 동안 2억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리베이트 실태 조사가 검찰 조사 등으로 확대돼 해당 임직원에 대한 수뢰 여부까지 드러나게 되면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며 "이번 조사가 해묵은 관행을 뿌리뽑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